도시형 고령화가 불러온 주거 구조의 변화
도시의 고령화는 단순히 인구 비율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 형태와 사회 구조 전체를 바꾸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대도시의 65세 이상 인구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1인 가구 또는 노인 부부 가구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가족 중심 주거 형태를 무너뜨리고,
‘혼자 사는 노인’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유형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도시는 고령층이 안전하게 생활하기에는 높은 주거비와 복잡한 생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거비 부담, 사회적 고립, 돌봄 공백은 도시형 고령화의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의 경우 의료 접근성과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
정서적 고립감이 높아지는 경향이 크다.
이제 도시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삶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 해법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공유주거(코하우징)’ 모델이다.

공유주거(코하우징)의 개념과 도시 고령층의 적합성
‘공유주거(코하우징, Cohousing)’란 개인의 독립된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공동 공간을 함께 활용하는 커뮤니티형 주거 방식을 의미한다.
거실·부엌·정원·세탁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입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생활 규칙을 정하고 상호 돌봄을 실천한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고령층을 위한 코하우징 단지가 확산되어
노년의 고립을 줄이고 공동체 기반의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도 최근 서울, 성남,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코하우징 형태의 고령층 주거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이 모델은 도시의 인프라를 유지하면서도,
고령층이 익숙한 지역 안에서 관계 단절 없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무엇보다 코하우징은 ‘돌봄’을 시설에 맡기지 않고,
이웃 간의 자발적인 협력과 상호 지원으로 해결하려는 자조적 복지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코하우징이 제공하는 사회적·경제적 가치
코하우징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적 연결망의 회복이다.
노년층에게 가장 위험한 요인은 경제적 빈곤보다도 사회적 고립감이다.
공유주거는 함께 식사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서로의 건강을 살피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돌봄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런 구조는 외로움과 우울증을 예방하고,
응급 상황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활 안전망의 기능도 수행한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공용공간과 시설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관리비, 난방비, 보안비 등을 줄일 수 있고,
입주민이 공동 구매나 공동 소비를 통해 생활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코하우징은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는 거점이 되어,
복지기관·의료시설·지자체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즉, 코하우징은 단순한 ‘주거 모델’이 아니라,
도시형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혁신형 복지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 능성을 지닌다.
지속 가능한 도시 고령 사회를 위한 정책적 과제
도시형 고령화와 코하우징의 결합은 분명 유망하지만,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주거정책은 여전히 ‘소유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고,
공유주거에 대한 법적 정의나 지원체계가 명확하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하우징을 고령친화 주거정책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건축 기준, 세제 혜택, 운영 지원 등 다각도의 정책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이나 유휴 공공건물을 리모델링해
고령층을 위한 커뮤니티형 코하우징 단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거 공간’을 넘어
삶의 관계망을 회복시키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도시형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돌봄과 경제, 주거가 분리되지 않고
한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형 도시복지 모델이다.
코하우징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실험이자,
다가올 초고령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도시 디자인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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